베네치아 가면 축제 인턴 2: 퇴근 전 마지막 업무는 스프릿츠

인턴 이주일_

 

오늘은 유난히 재미있게 보냈다. 물론 역시나 이탈리아어만 들리는 통에 골 때리는 하루였지만 여러모로 신나는 일이 많았다.

 

어제 와인을 한잔 마시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든 탓에, 출근이 10분 늦어졌지만 여기는 이탈리아니까 괜찮다는 마음가짐이다. 어제 마크 트웨인의 명언집 이야기를 완성했기에 제라르도에게 이탈리아어로 번역해달라고 부탁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제라르도를 부를 때마다 자꾸 젤라또가 생각이 나서 미칠 것 같다. 아무래도 이탈리아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음식 생각을 한다.

 

번역을 부탁하고 글에 함께 업로드할 사진을 편집하기 전, 팀 리더에게 뭔가 새로운 도울 일이 없냐고 물어봤지만 살짝 쓸모없었다. 일이 아니라 사교를 하는 게 이탈리아의 업무 스타일이라 결국 듣는 답변은 네가 해보고 싶은 거 해..! 그래서 점심 먹은 뒤 날씨가 좋아졌길래 메인 무대를 설치하는 산마르코 광장으로 나갔다.

 

베니스 카니발을 보러 이탈리아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과 여행왔다고 하더라! 너무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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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완성됐다고 해서 '무대가 완성됐고, 15일부터 이루어질 산마르코 광장의 이벤트를 기대한다. 거기서 보자'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드립을 생각하면서 10분을 걸어 나왔다. 그런데 웬걸 보이는 건 망치질하며 계단 위에서 무대를 만드는 분들뿐,,, 공사하시는 분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담으려 했지만 사진이 영 잘 나오질 않는다. 아쉬운 대로 광장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문득 러시아 관광객이 카니발을 좋아한다는 보스의 말이 떠올라 러시아 친구에게 같은 문장을 러시아어로 바꿔 달라는 부탁을 하곤 또 뿌듯해졌다. 이왕 내가 맡은 거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얻어서 카니발을 제대로 즐기고 갈 수 있길 기대한다.

 

 

 

한국어로 쓴 공식 트위터 홍보글!

 

제라르도가 번역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에 확인한 업로드 날짜에 맞춰 예약을 걸어놓을까 했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업로드 같은 단순 업무를 하면서 그 날의 일을 계획하는 건 하루의 바람직한 시작이지.'라는 생각에 노트북을 덮자마자 보스가 양손 가득 스프릿츠가 담긴 잔을 들고 들어왔다.

 

나 방금 일 끝났는데 가면 안 될 것 같네? 라며 한국인다운 드립을 쳤지만 이탈리아 정서엔 맞지 않았던 듯싶다. 모두가 아니야~~ 그냥 일 하지 말고 마시고 가라는 거지~~~라고 달래줘서 당황했다.ㅋㅋㅋㅋ 결론은 집 가는 길이 아닌 회사에서 스프릿츠를 한잔하고 퇴근했다는 강현세의 소중하고 특별했던 하루!

 

 

20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