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가면 축제 인턴 1: 인터뷰

인턴 일주일_

 

한 달짜리 인턴의 쿼터가 지난 이제야 모든 걸 소화했다.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리 만 치 적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이탈리아어만 사용하는 동료들과 있어서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오늘은 베네치아의 가면을 만드는 예술가들과의 인터뷰가 잡혔다. 적어도 오늘은 사무실에 종일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 (야호!)

 

베네치아에는 가면을 직접 제작하는 예술가들의 협회가 있다고 해서, 협회의 대표님과 여러 예술가의 작업실들을 돌아다녔다. 협회 대표님 프란체스카는 여느 베네치아 사람과 같이 밝은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프란체스카는 아버님께 마스크 제작을 배워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고, 가면의 틀을 만들어 여러 예술가에게 공급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했다. 가면 제작기술이나 기법을 물려받은 전통적인 예술가가 많냐고 물어봤지만 없다는 프란체스카의 대답에 당황했다. 역시 삶은 기대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하하.

 

여러 가면 가게들을 돌아다니면서 마스크 장인들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장에서 특유의 풀(끈적거리는 풀) 냄새가 난다면 그곳이 장인의 작업실이라는 것! 모두들 매장 안쪽에 작업하는 공간이 있었고, 평소에 항상 그곳에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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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남짓 돌아다니며 만난 예술가들은 모두 각자 자신만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세 명의 예술가가 있다.

 

1. 한 예술가의 작업실에 다다랐을 때 문을 열기 전부터 특별하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분명 그 가면의 틀은 베네치아에서 흔히 봐왔던, 프란체스카를 비롯한 몇몇 작업자들이 만드는 것들이 분명했지만 그 위를 덮은 장식이 굉장히 특징적이었다. 띠로 이루어진 레이스로 얼굴 모양의 윤곽을 잡고, 반짝이는 재질의 비닐이나 부드러운 천 등으로 색을 입히고 큐빅 등으로 가면을 만드는 예술가였다. 같은 작품을 만들 수도 없고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2. 문을 열자마자 박학다식해 보이는 안경과 뒤로 깔끔하게 넘긴 헤어 스타일, 그리고 의사를 연상시키는 흰색 가운을 입은 예술가였다. 카니발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Volto라는 기본적인 얼굴 모양에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였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단순해 보이는 유화 물감으로 다양한 질감을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그의 가면들은 어디에서 만나든 딱 그분이 떠오를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느 분야에서든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잔상은 언제나 오래 남는 것 같다.

 

3. 이 가면 제작자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의 특별한 작업실 분위기와 입담 때문이다! 이 남예술가의 이야기를 하려면 가면 축제에서 쓰이는 전통 가면들의 시초인, 한국의 탈춤을 떠올리게 하는, Commedia dell'Arte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다. 코메디아델라르테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가면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틀을 매번 직접 만들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전통적으로 표현한 가면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각 배우의 성격과 극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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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지나던 길에 정말 많은 작업실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관광객들이나 들어가서 사는 곳이겠거니 하고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던 가게들 틈에 진정한 가면 장인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한 장인(프란체스카는 artisan이라고 불렀다) 가면 디자이너들은 전통적으로 기술을 전수받은 사람들만이 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기술을 배우고 거기에 예술가 개개인의 취향과 장점을 살려 각자가 특별한 가면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나에게 남아있던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기 전에 프란체스카와 했던 대화에서 잊히지 않는 한 문장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마스크는 베네치아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었고, 그 뿌리를 찾아보면 그 시대에 겉으로 들어내지 못하는 것들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데 사용됐을 거예요."다시 한 번 탈춤이 생각났고, 거기에 덧붙여 오늘날 평범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가면 축제는 가슴속에 숨겨진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놀이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베네치아의 가면 축제가 세계적인 카니발로 이렇게까지 주목받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