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는 귀찮지만 율랴는 그리워ººº

 

율랴랑 마지막 통화를 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시차와 각자의 생활 루틴을 고려해서 약속까지 잡아가며 통화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전화하는 게 이렇게 어렵지 싶다. 원래 사사롭게 통화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통화가 귀찮지만 또 율랴가 그리운 건 사실이다.

 

갑자기 율랴가 그리워지면서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얘가 참 귀찮고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대화를 하면서 알아가야 진짜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2019.09.17 

가을학기 오프닝 세레머니 때 VIU에 갔을 때, 봄학기 내내 텅 비어있던 공간에 커다란 공들이 잔뜩 있어서 재밌게 놀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땐 서로 대화도 안 하고 그저 신나게 떠들고 날 애기 취급하던 애가 참 불편했다. 물론 성격상 불편함은 속에 남겨지고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같이 놀았지만 말이다.

 

나중에 2주동안 여행도 같이 다니고, 서로 관심 있는 분야와 각자의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율랴가 저렇게 행동하게 된 이유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불편했던 감정들이 오히려 더 편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애기 취급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율랴의 행동은 그 친구의 애정 표현 방식이었다. 내가 불편해도 겉으로는 티가 안 났던 게 율랴에게는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였고, 내 행동 덕분에 우리가 가까워질 수 있어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었다. 그 덕분에 내가 그 행동들의 문제점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구

 

율랴가 보고 싶다. 통화는 귀찮은데.. 그냥 율랴가 어서 한국으로 놀러 왔으면 좋겠다. 이탈리아는 아직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걱정도 되고 말이다.